도시에서 놀다/휴식

식어가는 욕탕, 데워지는 온천

보통도시 2025. 3. 29. 07:04

한때 우리나라에는 '함께 씻는 시설', 대중목욕탕이 있었다. 모르는 이에게 맨몸을 드러낸다는 어색함 속에서도 1980년대엔 우리의 일상이 되었고 찜질방과 함께 한국 고유의 사회기반시설(SOC)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개인주의가 강해진 시대, 혼자 씻는 게 자연스러운 젊은 세대가 등장하며 대중목욕탕은 점차 쇠락했고, 코로나19는 그 문화에 결정타를 날렸다. 감염 우려 시설로 지목되며 발길이 끊겼으며, 도시의 욕탕은 하나둘 문을 닫았다.

그렇다면 '함께 씻는 '문화'도 같이 사라졌을까?

중장년층은 여전히 약초탕, 소금탕, 황토탕 같은 건강한 물에 몸을 담그며 목욕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한다. 그들에게 대중목욕탕은 단순한 위생이 아닌, 
건강을 지키고 네트워킹을 하는 장소이다.

이들이 찾던 공간은 이제 도시에 없다. 그 빈자리를 채우는 곳이 바로 '지방의 온천'이다. 문경종합온천의 이용자 중 76%가 40대 이상이라는 수치는
이 문화를 즐기는 세대가 주로 찾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관광데이터랩, 2024)

한편, 온천단지는 지방도시의 새로운 중심지가 되고 있다. 문경읍의 경우, 읍내보다 온천단지에 더 많은 사람과 차량이 몰린다. 프랜차이즈 카페, 편의점 등 읍내에 없던 것들이 이곳에 생겼다. 웬만한 지방중소도시에서 보기 힘든 '밤 8시 이후에도 문을 여는 식당'도 있다.

도시 내 기반시설이던 대중목욕탕의 역할을 이제 도시 밖 관광시설인 온천이 해내고 있다. 

장소는 바뀌었지만, 문화는 계속 ‘데워지고’ 있다. 그리고 이는, 지역을 지탱하는 작지만 확실한 열기이기도 했다.

2025.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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